Sunday, September 13, 2020

나이가 들어갈수록 편한 대화가 어려운 한국

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대화할 상대를 찾는 것이였다. 오래전 친구들과도 대화가 되지 않아 결국 사이가 멀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거 같고 부모님과도 대화가 되지 않아서 나는 결국 한국에 오고 1년이 되지 않고 심리상담을 받으며 몇개월동안 짖눌렸던 스트레스를 심리상담사 앞에서 펑펑 울며 토해내야 했다. 심리상담을 마치고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고 주변 대인관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한국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도 했었다. 고민끝에 결론은 사람들과 대화속에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을 바에는 그냥 혼자가 편하다는 것이다.


우선 내가 한국 대인관계에서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러워 했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째로는 친하면 친할수록 함부로 대하고 막말을 하는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거나 거리감이 있으면 행동과 말을 조심하게 하며 함부로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을 쓰며 자신의 이미지가 최대한 좋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로 친해지면 마음도 편해지는지 말도 편하게 하고 여과없이 야기하기 하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막말하는 사람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자.. 친한 친구, 친척 가족 아니면 회사 상사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래된 친구일수록 돌직구라는 말을 한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공감과 위로보다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내 잘못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내가 문제가 있고 내가 고쳐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회사 문화에 적응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그럼 다시 한국을 떠나 아니면 너가 한국 문화에 맞춰서 살아야지 뭐 별수 있어. 언제까지 여기가 미국이라고 생각할꺼야? 너 하나 때문에 한국문화가 바뀔수 없잖아. 한국문화가 이런데 뭐 어쩌겠어 니가 너무 힘들면 다시 외국으로 나가면 되. 라는 해결책을 말을 한다. 내용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건 해결책 보다는 공감과 위로였지만 내 친구들은 그걸 해주지 않았다.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이야기 하면 친하니깐 이런 돌직구해주는거라고 맞받아친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가 이런말을 하면 뭐 위로해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것이 실직적인 해결책이 될수 없다고 너가 충격을 받을 정도록 강하게 이야기해줘야 너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칠거 아니냐고 어설프게 위로하면서 이야기하면 정신못차린다는 것이였다. 그렇게 내가 힘든 상황을 이야기할때마다 친구들은 돌직구를 나에게 던졌고 나는 차츰 내친구들을 만나는것이 좋은 보다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결국에는 만남을 기피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오면서 주변사람들의 행동을 다시 되돌아보면 친해지면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였던거 같다. 학교에서도 조직에서도 회사에서도.. 미국가기 전에도 아이러니하게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생활 규칙이 생겼다.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나는 동생에게도 무조건 존댓말을 하고 시간이 흘러도 계속 존댓말을 한다. 나이 많은 새로운 사람이 서로 알게되고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물어봐도 저는 불편하니 반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대답을 한다. 거리감이 있어야 나에게 함부도 대하지 못하기에 존댓말은 우리는 친하지 않은 사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는 나의 저지선인것이다. 

두 번째로는 둘의 견해나 의견 차이가 생겼을때 다름을 존중하는것이 아니라 맞고 틀림의 흑백 논리로 자신이 이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외계인이나 또라이처럼 보면서 제 왜 저래라는 시선으로 보고 자신의 가치관과 의견을 상대방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 이야기한다. 흑백논리를 기본 베이스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정답과 오답을 가려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건 정치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할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은 정의당이다 내친구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민주당이고 아버지가 지지하는 정당은 미래통합당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친구들은 정의당 또라이 아니냐며 나를 외계인 보듯이 했고 아버지도 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라가 개판으로 돌아간다며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에 다들 자신에게 맞는 정당을 지지하는것이 이상한게 아닌데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당 빼고 다 쓰레기라는 생각처럼 다들 이야기한다. 나와 다름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없어져야 하는 대상으로 인지하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 할때 정치적인 주제는 되도록 안하려고 하고 정치적인 주제가 나오면 되도록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서로 이기기 위해서 이야기하니깐 정치이야기 시작되고 만약 다른 정치적 성향의 사람이 있다면 결국 서로 불쾌한 시간이 되어버리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지 않는다면 다행인 것이다. 다름은 이해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 되는건 오래된 관습이고 문화인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유별났던 나에게 늘 했던 말씀이 눈에 띄지 말고 튀지 말라였다. 튀어 보인다는거는 다른사람들과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는건데 이런것이 군대의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 생활에 이득보다는 손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에 그랬던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세 번째로는 서열문화이다. 한국은 서열을 나누는것을 참 좋아한다. 나이로 형과 동생을 나누고 동생에게는 반말을 형에게는 존댓말을 학교와 회사에서 학번과 기수를 따지며 누가 위해 있고 누가 아래에 있는지 파악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죽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첫번째로 이름을 물어보고 두번째로는 나이를 물어본다. 조직안에서는 학번이나 기수를 물어보고 서열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서열이 낮다면 윗사람에게 행동과 말을 조심하려고 신경을 쓰고 상대가 서열이 낮다면 편하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여러사람이 모이면 서열을 나누는게 중요하고 반말과 존댓말을 누구에게 써야되는지 파악하는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런 문화에서 자랐을때는 이런 문화에 대해서 나도 거부감이 1도 없었다 나도 어디에 가든 서열을 파악하려고 했고 서열이 높은 사람에게는 존대를 서열이 낮은사람이 나에게 버릇없이 군다면 심하게 타박을 했었다. 하지만 미국생활을 하면서 이게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눈치를 강요하고 생각대로 솔직하게 말을 못하게 하는 큰 벽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그래서 내가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대하는것도 싫고 나이 어린 친구들이 자신들도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대상이라고 인지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말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한국에서는 대화하기가 참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다. 지금 많은 젊은 세대들이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할말 다하면서 중년 세대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세대라고 비탄받고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몇년사이에 서열문화를 지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좋아지고 있는건 맞지만 문화라고 하는것이 결코 짧은 시간에 바뀌지 않기에 대화하기 편한 시대가 오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는것도 대화하기 힘든 사회가 아니라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대화하기 힘들어서 주변 사람들과 점점 연락을 끊고 사는게 편해지는 나도 이미 히키코모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